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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나는 토니 스타크가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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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er Notes

초등학생 때 나는 토니 스타크가 되고 싶었다.

만들고 싶었지만 시작하지 못했던 시절

영화 《아이언맨》과 《트랜스포머》를 보고 나면 뭔가를 만들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고무줄총을 만들고, 여러 무기의 작동 원리를 찾아봤다. 지금 생각하면 만들어서는 안 될 것들까지 인터넷을 뒤져가며 구조와 물리적인 원리를 찾아보곤 했다. 그리고 네이버 밴드를 만들어서 150명 넘는 회원들과 자기가 만든것들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중학생 친구 두명과 함께 운영도 해봤다.

컴퓨터에도 관심이 많았다.

내가 정말 만들고 싶었던 것은 웹사이트나 게임 같은 것보다는, 영화 속 자비스에 가까웠다. 내 컴퓨터에 나만의 비서를 만들어 넣고 싶었다. 내가 말을 하면 컴퓨터가 알아듣고, 내가 원하는 일을 대신 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프로그래밍은 내게 완전히 미지의 세계였다.

IDE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프로그램을 도대체 어디에다가 쓰는지도 몰랐다. 무언가를 검색해보면 영어로 된 자료들이 나왔고, 주변에서는 “프로그래밍을 하려면 영어부터 잘해야 한다”고 했다.

초등학생인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영어를 먼저 잘해야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고, 수학을 먼저 잘해야 무언가를 만들 수 있고, 충분히 똑똑해진 다음에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궁금한 것은 많았지만 시작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나를 학교에서 영재교육을 하던 선생님께 데려갔다.

그때 배웠어야 했던 것

당시의 나는 학교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아니었다. 내가 만들고 싶은 것에 필요한 지식에는 끝없이 관심이 갔지만, 학교 시험을 위한 공부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 영재교육이라고 하면 당연히 반에서 1등이나 2등을 하는 아이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은 그런 교육이나 로봇, 전자회로 키트를 사기에는 너무 비싸서 못사주신다고 하셨다. 만드는것에 대한 흥미와 열정은 있었지만 당시의 상황은 뒷받침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그 선생님에게 무언가를 배우고 싶었다.

그런데 간단한 사칙연산 순서를 묻는 테스트부터 제대로 풀지 못했다. 선생님께서는 내가 따라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셨고, 나는 금세 자신감을 잃었다.

“그럼 안 할래요.”

그렇게 끝냈다.

당시에는 태권도 선수라는 자부심도 있었기 때문에, 나는 별것 아니라는 듯 다른 길이 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던 것 같다.

내가 상상하는 멀티버스는 바로 그 순간부터 갈라진다.

그 세계의 나는 창피함을 조금만 참는다.

“저 공부는 잘 못하는데요. 그래도 프로그래밍은 정말 배우고 싶어요. 제가 뭘 해야 하는지만 알려주세요.”

아마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선생님에게 프로그래밍 자체보다 먼저 스스로 배우는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다.

모르는 것이 생겼을 때 무엇을 검색해야 하는지, 검색 결과 중 무엇을 읽어야 하는지, 영어 자료가 나오면 번역기를 쓰든 단어를 하나씩 찾아보든 어떻게든 읽는 방법, 오류 메시지가 나오면 어디에서 답을 찾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정말 필요했던 것은 천재적인 수학 실력도, 완벽한 영어 실력도 아니었다.

검색하는 법과 질문하는 법, 그리고 잘 모르더라도 일단 시작하는 법이었다.

그것을 초등학생 때 배웠다면 아마 중학생의 나는 꽤 다른 모습이었을 것 같다.

다른 멀티버스의 나

학교가 끝나면 컴퓨터 앞으로 갔을 것이다.

영어 단어장을 외우는 이유도 시험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Stack Overflow의 답을 읽고 해외 개발자의 글을 이해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웹페이지 하나를 만들고, 이상한 프로그램들을 계속 만들고, 사람들이 인터넷에 올려놓은 코드를 뜯어봤을 것이다. 내가 관심 있던 무기나 기계의 원리를 이해하려고 물리와 화학을 공부하고, 그것을 시뮬레이션하거나 계산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봤을지도 모른다.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나보다 훨씬 잘하는 사람들을 발견했을 것이다.

메일을 보내고, 질문을 하고, 커뮤니티에 들어가고, 내가 만든 이상한 프로젝트를 보여주면서 사람을 찾아다녔을 것 같다.

당시 나는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굉장히 좋아했다.

중학생이 패션 사업을 해서 돈을 벌었다거나, 어린 창업가가 회사를 만들었다거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단순히 부자가 되고 싶었던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빨리 자립하고 싶었다

나는 빨리 자립하고 싶었다.

누군가가 나를 책임져주는 삶이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서 돈을 벌 수 있고, 필요한 지식은 내가 스스로 찾아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멀티버스의 중학생인 나는 아마 작은 웹서비스 하나쯤은 만들어 돈을 벌어보려고 했을 것이다.

망했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사람이 한 명도 안 들어오는 웹사이트를 만들었을 수도 있고, 몇 달 동안 만든 프로그램을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같이 무언가를 해보자던 사람과 싸웠을 수도 있고,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내가 형편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매일 확인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다음 것을 만들었을 것 같다.

왜냐하면 당시의 나는 결과보다도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아마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서는 꽤 큰 갈등을 했을 것이다.

남들과 똑같이 입시를 해야 하는지, 차라리 학교를 그만두고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했을 것이다.

정말 자퇴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모든 시간을 시험 공부에 사용하는 것보다는, 내가 원하는 기술을 배우고 프로젝트와 사업을 해보는 쪽에 훨씬 많은 시간을 썼을 것 같다.

학원비도 달라졌을 것이다.

시험 점수를 올리기 위한 학원 대신 프로그래밍을 배우거나, 컴퓨터를 사고, 프로젝트를 만들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는 데 돈을 썼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님의 선택보다 내 선택을 조금 더 믿으려고 했을 것 같다.

필요한 사람과 지식을 찾아가는 능력

돌이켜보면 당시의 나는 부모님에게 많이 의존하고 있었다.

부모님은 친한 친구들과 나를 비교하셨고, 나 역시 “부모님이 나보다 세상을 잘 아니까 이 말이 맞겠지. 나중에는 부모님이 책임져주시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오래 남는 실력을 만드는 공부보다 당장 학교 시험 점수를 잘 받는 방법을 택했고,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을 가장 잘 가르쳐주는 사람보다 시험 점수를 가장 빨리 올려주는 선생님을 찾았다.

당시의 나에게는 그것 말고 다른 선택지를 찾는 방법도 거의 없었다.

나는 원래 질문이 굉장히 많은 아이였다.

수업의 속도만으로는 내가 궁금한 것을 따라갈 수 없었고, 지금의 ChatGPT처럼 무엇이든 계속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실제로 나와 잘 맞는 선생님을 만나면 나는 정말 많은 것을 물어봤다.

하지만 좋은 선생님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는 몰랐다.

내가 아는 유일한 방법은 부모님께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 멀티버스의 내가 얻었으면 하는 가장 큰 능력은 프로그래밍 실력보다 어쩌면 이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필요한 사람과 지식을 스스로 찾아가는 능력.

그 힘을 일찍 얻었다면 나는 훨씬 빨리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을 만났을 것이고, 더 잘하는 사람을 찾아가 질문했을 것이고, 실패하더라도 다시 방법을 찾아봤을 것이다.

물론 그 삶에도 잃는 것이 있었을 것이다.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했을까

친구들과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며 보낸 시간도 훨씬 적었을 것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 처음 만난 친구들과 대학생활을 하고, 축제를 즐기고, 밤늦게까지 함께 놀았던 경험도 없었을 수 있다.

나는 아마 그 세계에서도 가끔 생각했을 것이다.

‘나도 그냥 평범하게 학교 다녀볼 걸 그랬나.’

그래서 이 글을 쓰다 보니 의외의 결론에 도착했다.

처음에는 내가 더 일찍 프로그래밍을 시작하지 않은 것이 아쉬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돌아가도 나는 결국 비슷한 선택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의 나는 지금의 내가 아니었다.

알고 있는 정보도 달랐고, 주변 사람도 달랐고,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자체를 몰랐다. 그 상황에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했다.

그 선택이 가장 빠른 길이거나 가장 효율적인 길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길에서 친구들을 만났고, 좋은 스승들을 만났고, 학업을 하며 힘든 일도 겪었다. 무엇보다 “이제 더는 못 하겠다”고 생각할 정도까지 무언가를 해본 경험이 생겼다.

그 과정에서 지금의 나에게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인 근면함도 만들어졌다.

동시에 무조건 열심히 하느라 더 빠른 길을 찾는 데 서툰 나의 단점도 같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내가 이 멀티버스에서 지금 가져오고 싶은 것은 ‘초등학생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했어야 했다’는 후회가 아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선택

그때의 내가 조금 더 일찍 가졌으면 좋았을 태도다.

잘해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누군가가 내 인생의 정답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 것.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직접 사람을 찾아가고, 질문하고, 만들어보는 것.

그리고 선택한 뒤에는 그 결과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고 내가 책임지는 것.

어쩌면 내가 상상한 멀티버스의 삶과 지금의 삶은 생각만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지도 모르겠다.

그때 못 했던 선택을 지금 하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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